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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데미지/타쿠&레이 공통

슬로우 데미지 타쿠 & 레이 공통 1 (+튜토리얼 / 챕터 1 시작)

by 우니마리 2021. 2. 27.

드디어 슬로우 데미지 본편이 정식 발매되어 번역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극초반에는 탐색 파트와 심리 파트에 관한 튜토리얼 내용이 조금 긴데, 구분 가기 쉽게 회색 및 나눔고딕 폰트로 표시했습니다

타쿠 & 레이 공통이라고 한 이유는 타쿠와 레이의 경우 챕터 1의 심리 파트 직후까지만 공통(단, 특정 탐색 파트에서 분기 발생),
마다라메는 챕터 1의 심리 파트 직전까지만 공통(단, 특정 탐색 파트 직후 새로운 이벤트 추가, 심리 파트에서 분기 발생)인데 분기에 차이가 있어서
차후 마다라메 번역 시에는 새로 추가되는 부분만 작성하여 따로 나눌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오역이나 오타가 있을 수도 있는데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더보기

 

이번에 『슬로우 데미지』를 구입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본편을 시작하기 전에 이번에 특수한 게임 파트가 될

『심리 파트』에 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심리 파트』는 약간 복잡하므로

한 번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한 2회차부터는 이 튜토리얼을

스킵할 수 있습니다

 

『심리 파트』에서는 대면하고 있는 상대와 대화를 하여

상대의 「행복 (EUPHORIA)」을 충족시키는 것이 목적이 됩니다

 

그리고 「행복」을 충족시키는 것으로

스토리가 진전됩니다

 

『심리 파트』에서는

상대의 「행복」을 충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 녀석과 대화를 해서 숨겨진 욕망을 파헤쳐볼까.

 

크로키장에 표시된 문장은 『심리 파트』의 목적이 됩니다

목적에 맞는 행동을 취하면 『심리 파트』를 진행하기 쉬워집니다

 

단, 진행하기 쉬워질 뿐이지

반드시 「최적의 선택」은 아닙니다

 

상대의 반응과 대화의 흐름에 따라

목적과는 다르게 행동해보는 것도 좋을지도 모릅니다

 

어떤 결말이 될지는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모래시계」와 「계단 모양의 선」에 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모래시계」는 상대의 「행복」의 양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모래시계의 절반에 해당하는 선까지 모래를 모으면

상대의 「행복」이 충족된 상태가 되어 모래가 명멸합니다

 

「행복」이 충족된 상태가 가까워지면 빨간 선이 명멸합니다

이것은 곧 「행복」이 충족된다는 신호가 됩니다

 

모래시계의 하단에 있는 보라색 선은

「행복」의 최소선이 됩니다

 

모래시계의 아랫부분에 모래가 없어져버리면……

 

GAME OVER가 돼버리니 주의해주세요

 

보라색 선도 모래가 줄어들면 명멸합니다

 

「계단 모양의 선」은 「상처」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상처」는 상대의 「광기 (MADNESS)」의 양을 나타냅니다

 

「광기」는 상처가 벌어지면 올라갑니다

 

파란 선을 넘으면 「광기」가 충족된 상태가 되며

충족된 상태가 가까워지면 선이 명멸합니다

 

「광기」가 충족되면

 

이런 식으로 모래시계에 금이 갑니다

 

「행복」이 충족되면 모래가 명멸하지만

「광기」가 충족되면 모래시계에 금이 갑니다

 

「상처」가 닫히면

「광기」가 내려가게 됩니다

 

「행복」을 충족시키는 것이

『심리 파트』의 클리어 조건이 되지만

 

「광기」는 스토리의 분기 조건이 되며

엔딩은 「광기」의 양에 의해 분기합니다

 

분기는 스토리의 중요한 씬뿐이므로

그 이외의 씬에서는 분기하지 않습니다……만,

 

앞의 『심리 파트』의 결과가

다음 『심리 파트』의 「행복」 「광기」에 영향을 줍니다

 

상대의 「행복」이 높은 상태로 클리어하면 플러스가 되고

 

「광기」가 낮은 상태로 클리어하면 마이너스가 되며

 

「광기」가 높은 상태로 클리어하면 플러스가 됩니다

 

이상이 「행복」과 「광기」에 관한 설명이 되겠습니다

 

『심리 파트』의 목적은

화면 오른쪽 끝에 마우스 커서를 대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목적을 잊어버린 경우에는 확인해주세요

 

 [토와]

「요즘 소문이 도는 흡혈귀는 너를 말하는 거지」

 

 [흡혈귀]

「……나는 흡혈귀가……아냐」

 

『심리 파트』에서는 상대에게

「NEGATIVE」 혹은 「POSITIVE」라는 반응을 돌려줍니다

 

「NEGATIVE」는 부정적, 소극적인 반응

「POSITIVE」는 긍정적, 적극적인 반응

 

돌려주는 반응에 따라 상대의 「행복」과 「광기」가 증감합니다

 

화면 아래에 상대의 상태가 표시되어 있으므로

(엄청 괴로워 보이는군…….)

 

어떻게 돌려줘야 「행복」이 충족될지를

깊이 생각해서 선택해보세요

 

반대로 「광기」를 충족시키려면……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럼 실제로 선택해봅시다

 

(엄청 괴로워 보이는군…….)

 

 

{NEGATIVE} - 다그쳐볼까.  /  {POSITIVE} - 냉정하게 반응할까.

 

 

 [토와]

「피를 마시고 싶어 하는데?」  /  「네가 부정해도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흡혈귀]

「……윽」  /  「…………」

 

『탐색 파트』의 대화에서 얻은

「인스피레이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장면입니다

 

『탐색 파트』에 관해서는 추후에 설명하겠습니다

 

「인스피레이션」을 사용하면

상대의 「행복」과 「광기」가 증감합니다

 

「NEGATIVE」 「POSITIVE」보다도

「행복」과 「광기」가 증감하기 쉬워집니다

 

또한 「인스피레이션」에는

몇 개의 패턴이 있습니다

 

「A」 or 「B」와 같이 두 가지 선택으로 대답하는 패턴

 

「A」 → 「B」로 질문을 거듭하는 패턴

 

「A」 or 「B」의 두 가지 선택에서

다시 「A」 → 「B」, 「B」 → 「A」로 반복하는 패턴

 

……등의 패턴이 있지만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상대에 관하여 깊이 묻고 싶다면 사용해보세요

 

「인스피레이션」은

「NEGATIVE」 「POSITIVE」와는 달리 선택하지 않는 것도 가능합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쪽이 좋을 때도 있습니다

 

그럼 실제로 해봅시다

 

(……유도할까.)

 

 

{나도 그런 거 마시고 싶어라~} {그래도 일단 지금은, 괴롭네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토와]

「마시고 싶잖아?」  /  「괴롭지 않나」  /  X

 

 [흡혈귀]

「아냐……」  /  「……시끄러」  /  X

 

특수한 클리어 조건에 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모래시계」가 검은 물감으로 칠해져서 검게 되었습니다

 

이 상태는 「행복」이

클리어 조건이 아니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모래시계」가 검게 되었을 때에는

「광기」가 클리어 조건이 됩니다

 

드물게 「광기」를 충족시키지 않게끔 하는 것이

클리어 조건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대와 장면에 맞게

판단해봅시다

 

「행복」이 클리어 조건이 아닌 경우에도

 

모래시계의 아랫부분에 모래가 없어지지 않게끔 주의해주세요

GAME OVER가 됩니다

 

이번에는 「모래시계」가 하얀 물감으로 칠해져서 원래의 색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상태는 클리어 조건이 「행복」으로 돌아왔다는 것이 됩니다

 

「모래시계」의 상태에 따라 클리어 조건이 다릅니다

 

규정 횟수까지 「행복」이 충족되면

 

이야기 속에서 얻은 「단서」를 사용해서

상대방의 숨겨진 상처를 벌릴 수 있습니다

 

적절한 「단서」를 사용하면

상대방의 상처가 벌어지고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적절하지 않을 경우에는

「행복」이 내려가버리는 일이 있으므로 주의해주세요

 

「단서」 선택까지 「행복」이 충족되지 않으면

GAME OVER가 됩니다

 

「행복」이 충족된 상태에서 내려가버린 경우에도

GAME OVER가 되므로 주의해주세요

 

그럼 「단서」를 사용해서

이 남자의 숨겨진 상처를 벌려봅시다

 

이 남자의 「욕망」은…….

 

 

{레드 와인 (목이 마르다)}

 

 

이상으로 『심리 파트』의 튜토리얼을 종료합니다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을 경우에는

 

「플레잉 매뉴얼」 「조작 설명」에 있는

『심리 파트』를 참조해주세요

 

그럼 『슬로우 데미지』를 즐겨주세요

 

 

 

 

 

「사람의 마음은 너무 부드러워서 한 줌의 모래와도 같아」

 

「그래서 다룰 때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단다」

 

……, 하아……

 

……뭐라 말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설마 소망이 이루어지다니

 

……당신

당신 때문에, 나는……

 

행 복 하 다

 

 

쏴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무심히 붓을 움직인다.

 

물감이 캔버스에 칠해지는 소리와 빗소리가 서로 어우러진다.

 

그 소리가 머릿속을 가득 채워간다.

 

걸쭉하게 몸 안쪽이 녹아내리는 착각에 빠진다.

 

그것은, 수염 많은 그. 녀.석.의 소망이다.

 

감각이 사라지기 전에──

 

──그저 일념으로.

 

캔버스에 뱉어낸다.

 

 [???]

「……야」

 

 [???]

「야」

 

「…………」

 

 [???]

「일어나라」

 

 [???]

「……언제까지 자고 있을 거냐」

 

「…………」

 

귀 바로 옆에서 귀에 익은 굵직한 목소리가 나서 느릿하게 의식이 떠오른다.

 

아침일까, 낮일까……아니면 저녁일까.

 

시간 감각이 없다. 정신없이 잠들어 있었다.

 

토와는 엎드려 자고 있던 소파에서 고개를 들어 눈을 뜨려고 했다.

 

하지만 마치 풀칠이라도 한 것처럼 눈꺼풀이 무겁다.

 

어떻게든 가슴을 밀어 올리며 몇 번 깜박인다.

 

어제 잠든 것은……몇 시였지. 아침결이었던 건 분명하다.

 

어느 새 소파 위에서 자고 있던 것 같다.

 

 [???]

「벌써 낮이다. 출근 시간은 한참 지났겠다」

 

그 말에 토와는 느릿한 움직임으로 일어나 소파에 바로 앉았다.

 

주황색 연기를 두른 남자……무라세 타쿠마, 즉 타쿠가 토와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타쿠]

「너 말이다, 매번 생각하는 건데, 정말 일할 생각이 있는 거냐」

 

「……아아」

 

 [타쿠]

「야, 눈을 똑바로 보고 대답해라」

 

토와가 시선을 향하자 타쿠의 눈에 비난의 색이 생생히 떠올라 있었다.

 

미간에도 보기 좋게 세로 주름이 나 있다.

 

「알겠다고」

 

대답하면서 토와는 테이블에 놓여있던 담뱃갑을 잡아 담배를 꺼내 물었다. 라이터로 불을 붙인다.

 

 [타쿠]

「……저기 말이다. 느긋하게 담배 피울 여유가 있으면 얼른 준비, 하라고!」

 

말과 함께 타쿠가 토와의 머리를 마구 뒤섞는다.

 

토와는 피하려는 듯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타쿠]

「……정말이지」

 

타쿠는 여봐란 듯이 한숨을 쉰다. 그 팔에 예쁘게 접은 옷을 안고 있다.

 

토와의 세탁물이다. 타쿠는 잘 돌봐주고 정기적으로 토와의 방을 청소하거나 빨래를 한다.

 

타쿠 왈, 「너는 그냥 두면 쓰레기장에 사는 오물이 될 거다」라고 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다.

 

 [타쿠]

「여기에 둘게」

 

세탁물을 침대 위에 두고 타쿠는 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타쿠]

「그런데 이 방, 정말 기름 냄새가 심하구나」

 

「뭘 새삼스레」

 

 [타쿠]

「뭐 싫진 않지만」

 

 [타쿠]

「아, 그리고 너, 또 TV 켜놓고 있더라. 이제 그만 제대로 끄고 자라고」

 

「아마도」

 

 [타쿠]

「아마도가 뭐냐. 그럼,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얼른 와라」

 

그렇게 말하고 타쿠는 방을 나갔다.

 

방금 지적한 기름 냄새의 정체는 방 한구석에 놓인 것 때문이다.

 

사각 캔버스들과 난잡하게 정리된 물감, 낡은 팔레트와 붓.

 

이 기름 냄새는 싫지는 않다. 너무 익숙해져서 마비된 것뿐일지도 모르지만.

 

소파에 가라앉아 담배를 입에 문 채 토와는 멍하니 느릿하게 이리저리 생각을 한다.

 

어제는 어디서 뭘 하고 있었지.

 

거기서 불현 듯이 치밀어 오르는 하품을 목구멍 깊숙이 눌러 죽인다. 몸이 무겁고 나른하다.

 

……아아, 그렇지.

 

어제는 분명히……, 심야에 나간 단골 바에서 낯선 청년이 말을 걸었다.

 

만취했었기도 하고, 상대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술기운에 권유에 넘어가서 가게를 나왔다.

 

그리고 좁은 골목길의 막다른 골목에서 왠지 서로 흥분이 최고조에 달해서 행위도 연장전이 되었다.

 

흥분한 이유는 자신도 모른다.

 

단단한 벽에 짓눌려 일방적으로 당한 탓에 등과 허리가 아프다. 상대는 별로 능숙하지 않았다.

 

몇 살 정도였지. 20대……아니, 30대 초반인가.

 

그건 그렇고……수면제 양을 착각한 건지 그만 깊이 잠들어버린 것 같다.

 

원래 불면증이어서 타쿠가 처방한 수면제를 복용하고 있다.

 

마시지 않고 잠들 경우에는 악몽에 시달리거나, 얕게 자다 깨어나기를 반복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낮이 지난 경우가 많다.

 

어젯밤에 너무 취해서 수면제를 몇 알 먹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뭐, 자주 있는 일이다.

 

술 섭취 후 약 복용, 혹은 술과 약을 함께 먹는 것이 좋지 않은 것은 알고 있다.

 

그런 탓에 몸 상태가 나빠지고 타쿠에게 몇 번이나 주의를 받았는데,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

 

토와는 물고 있던 담배를 손가락으로 집어 자신의 팔에 코끝을 대고 킁킁 냄새를 맡았다. 은은하게 술과 땀 냄새가 난다.

 

타쿠는 빨리 오라고 했지만 가볍게 샤워를 하기로 했다.

 

예전에 이런 상태로 일을 나갔다가 환자인 노부인이 얼굴을 찌푸린 적이 있다.

 

「…………읏차」

 

담배를 입에 문 채 소파에서 일어나 크게 기지개를 켠다. 거기서 위 주위가 움푹 패이는 것 같은 위화감을 느꼈다.

 

배가 고픈가 하며 남의 일처럼 생각하면서 토와는 테이블이나 발밑으로 시선을 헤맨다.

 

찾는 건 음식이 아니다. 술이다.

 

마시다 만 병을 놔둔 것 같았는데 찾을 수 없다.

 

타쿠가 치운 것인가. 그렇다면 곧바로 냉장고에 넣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일부러 가지러 가는 것은 귀찮다.

 

음식과 술을 받으면 망설임 없이 술을 마신다. 음식에는 별로 흥미가 없다.

 

술 대신 연기를 폐 깊숙이 들이마시고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비벼 끈다.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토와는 발을 질질 끄는 걸음으로 샤워부스가 있는 세면실로 향했다.

 

 

 

 

 

 

 

***슬로우 데미지 오프닝 영상***

 

 

 

 

 

 

 

──202X년 도쿄.

 

국가가 전력을 다해서 유치한 4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세기의 스포츠 축전은 기록적인 실패로 끝났다.

 

막대한 부채를 짊어진 일본은 공황의 한복판에 던져졌다.

 

2010년대 후반부터 서서히 퍼지기 시작한 국민의 빈곤화는 그칠 줄을 모르고……

 

2020년대에 들어와서 부유층과 빈곤층의 차이는 벌어지기만 했다.

 

특히 청년의 빈곤화가 두드러져 남녀 모두 비정규직 비율이 60%를 넘었다.

 

설령 고용돼도 저임금으로 착취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자살자도 급증했다.

 

동시에 2010년대에는 거의 볼 수 없었던 젊은 노숙자가 증가하여 범죄 발생률도 두드러지게 상승했다.

 

일본은 눈에 띄게 쇠퇴의 일로를 걷고 있었다.

 

역사적인 심각한 불황.

 

그런 와중에 신코우미만은 달랐다.

 

일찍이 도쿄 임해 부도심 13호지에 속했던 그 거리는 저번 제전에 맞춘 법정비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카지노 산업」 운영 허가가 나왔다.

 

그 결과 「경제특구」로서 독립 및 탄생했다.

 

그러나 정부가 제출한 이른바 「카지노 법안」은 여러 방면의 반대와 기대가 맞물려 난항을 겪는다.

 

실제로 시공 단계에서도 도급업자인 「타카사토구미」에 담합 의혹이 제기됐다.

 

막대한 노력을 할애하여 법안은 크게 내분하고……

 

일부 특별지역에서 소규모의 공영 카지노로 한정하여 전개된다는 현실적인 방안으로 수렴해갔다.

 

우여곡절 끝에 남은 것은 공터에 선 철골 조형물과 그곳에 자리 잡은 창부나 부랑자뿐이었다.

 

그러나 전환기가 찾아온다.

 

타카사토구미의 보스 타카사토 류지로가 모든 것을 통째로 매입하여 사업을 계속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처음에는 누구나가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뒤에서 거액의 자금이 모이게 되었다.

 

이 암흑시대를 누군가가 바꿔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 정체도 잘 모르는 희망에 매달린 결과였다.

 

얼어붙은 경제와 절망적인 국채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정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머지않아──어디까지나 고뇌의 결단으로서 타카사토구미에게 신코우미의 개발 운용을 인가한다는 방향으로 조정이 들어가게 되었다.

 

공영만으로 규정돼있던 「카지노 법안」의 개정에는 아무도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고 민간 운영 인가는 바로 떨어졌다.

 

1년 후 거리에는 사람이 넘쳐나고 욕망과 돈이 난무하게 된다.

 

카지노를 중심으로 한 종합형 리조트를 유치한 것으로, 해외로부터의 관광객이 6할 증가했다.

 

신코우미는 일본의 일대 카지노 리조트로서 널리 알려진다.

 

속속 건설되는 상업용 건물과 오락시설. 거대한 유흥가.

 

나아가 주택지구와 번화가도 정비되어 신코우미는 불황 속에서 황금빛 이채를 발하는 기적의 거리가 되었다.

 

반면 암묵적인 룰을 지닌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역시 강력한 완력이었다.

 

신코우미가 정체된 나라의 경제를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타카사토구미는 그 이권을 확대해간다.

 

이윽고 암묵적인 이해가 통하지 않자 정부는 외부와 관계하는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 신코우미 지구 전체를 「특별행정구」로 지정했다.

 

사실상 타카사토구미가 통치하는 국가가 완성됐다.

 

하지만 급조된 영화는 오래가지 못한다.

 

모든 것은 아주 느릿하게, 조용히 쇠퇴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수십 년 후……20XX년.

 

21세기 초반 불황의 영향을 받은 세대의 아이들은 「해피레스 칠드런 (불행한 아이들)」이라고 불렸다.

 

그들은 나날의 울적한 기분을 풀기 위해서, 혹은 하루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번화가로 모이고 있었다.

 

신코우미의 카지노 산업은 아직도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예전만큼의 열은 없고 거리 곳곳에 퇴폐의 그림자가 감돌며, 당연히 치안이 흐트러져 범죄가 다발하고 있었다.

 

한계의 거리에 그럼에도 사람들은 마지막 희망을 가슴에……품는 것이었다.

 

「…………」

 

「……안 돼, 이것만으론……」

 

「……이제……」

 

 

 

Chapter 1

Fraise

 

 

 

한적한 주택가의 한구석.

 

비슷한 다세대 주택이 즐비하게 늘어서있는 것처럼 고즈넉이 「무라세 클리닉」이 있다.

 

「무라세 클리닉」은 타쿠가 7년 전 개업한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의원이다.

 

진료 내용은 내과, 피부과, 외과, 소화기내과로 꽤나 평판이 좋아서 인근 주민 외에도 번화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환자로서 찾아온다.

 

진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라서 조금 늦다.

 

하지만 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의 조금 긴 휴식시간을 사이에 두며 새벽 1시까지 하고 있다.

 

그래서 밤일을 하는 환자들이 특히 고마워하고 있다.

 

토와는 이 클리닉에서 사무로서 일하고 있다.

 

월급이 적은 대신 클리닉이 있는 건물의 최상층인 3층을 빌려서 얹혀살고 있다.

 

2층은 제2치료실로 되어있고 환자용 침대가 있다.

 

1층은 제1치료실이 있고 옆에 진찰실이 있다.

 

원장인 타쿠는 클리닉과는 별개의 장소에서 살고 있다.

 

일이나 주거도 토와가 희망한 것은 아니다. 타쿠가 제안했기 때문에 그렇게 하고 있을 뿐이다.

 

칠칠치 못한 토와를 조금이라도 신경 쓰려는 타쿠의 배려로, 본래라면 해고될 법한 근태 상황이 허락되고 있다.

 

반대로 말하자면 완전히 기대고 있지 않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귀찮은 일이 싫어서 거부하지는 않지만 토와 자신은 생활을 고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만약 버림받아서 길거리에 내던져져도 하루살이 생활을 시작할 것이다.

 

토와에게는 「내일의 자신」에 관한 불안이 없다.

 

상상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삶의 수단을 선택하지 않으면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살아갈 수단을 선택할 만큼 필사적이지도 않다.

 

그것은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토와]

「후아암……」

 

세면실에서 나오자마자 토와는 하품을 늘어지게 했다.

 

젖은 머리도 그대로인 채 여전히 졸음이 가시지 않아 멍한 시선을 실내로 돌린다.

 

이젤에 걸린 회중시계가 눈에 띄어 무심히 바라본다.

 

어디서 손에 넣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 레이가 방에 떨어져있던 것을 발견해서 이젤에 건 것이다.

 

그 후 몇 년 방치하고 있다.

 

시계 자체는 멈춰있고 나사를 감을 생각도 없기 때문에 단순한 장식물이다.

 

모양만 회중시계인 것 대신 토와는 벽시계를 올려다본다. 오전 11시 15분을 지난 참이었다.

 

슬슬 1층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이번에는 이마에 핏대를 올린 타쿠가 방으로 찾아올 것이다.

 

토와는 옷을 갈아입고 방을 나온 후 문을 잠그지 않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도둑맞아도 곤란한 것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항상 방문 열쇠를 잠그지 않는다.

 

 

Friday, November 8th

11:24 a.m.

무라세 클리닉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와 대합실로 향한다.

 

토와가 항상 일을 하고 있는 접수 카운터 안에는 성실해 보이는 남자……아리무라 츠카사가 앉아 있었다.

 

토와가 온 것을 알아차린 아리무라가 노골적으로 얼굴을 찌푸리며 일어나 카운터에서 나온다. 「늦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토와는 아리무라의 모습을 관찰한다.

 

접수 업무는 자신의 일이지만, 늦잠을 잤기 때문에 아리무라가 구멍을 메웠을 것이다. 때때로……비교적 자주 있는 일이다.

 

아리무라의 주위에서 탁한 파란색 연기가 흔들리고 있다.

 

이 연기는 자신에게만 보이는 것이다. 다르게 부르자면 아우라라고 하려나.

 

연기는 사람에 따라 색이 정해져 있고 정신적인 변조가 있으면 변화한다.

 

특히 알기 쉬운 것은 화났을 때로, 색이 탁하며 크게 흔들린다.

 

다만 자기 자신의 연기는 보이지 않는다.

 

연기가 언제부터 보이기 시작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옛날에는 자신 이외의 사람에게도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발설하지 않게 되었다.

 

이것은 능력이라기보다 자신에게 어떤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다.

 

망상이나 환각 종류 같은.

 

그래서 평소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

 

 [토와]

「여어」

 

토와는 아리무라의 무뚝뚝한 얼굴도 신경 쓰지 않고 말을 걸었다.

 

 [아리무라]

「…………」

 

아리무라는 클리닉에서 가장 성실한 간호사다.

 

하지만 근무시간이 끝나면 번화가로 사라진다. 게이바에 다니는 것이 일과인 것 같다.

 

덧붙여서 토와는 전혀 아리무라의 취향은 아닌 것 같다.

 

 [아리무라]

「……토와 씨」

 

 [토와]

「늦어서 미안하다니까」

 

 [아리무라]

「아뇨, 그건 새삼스런 일이니 됐습니다」

 

 [아리무라]

「그것보다 자기 몫의 짐은 제발 가져가주세요. 늘 놔둔 채잖습니까」

 

 [토와]

「아~」

 

 [아리무라]

「내버려두면 처분할 거니까요」

 

클리닉에 도착하는 배달물은 아리무라가 전부 받아서 스태프룸에 두고 있다.

 

토와는 그림 도구나 책을 구입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 이외에 통판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억나지 않는 것은 다이렉트 메일 종류일 것이라고 생각하여 받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

 

 [토와]

「그래도 돼」

 

적당히 대답하자 아리무라의 시선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토와는 상관하지 않고 스태프룸에 들어갔다.

 

접수대와 스태프룸은 커튼으로 칸막이를 했기 때문에 연결되어 있다.

 

커튼을 열어젖히고 접수 카운터로 들어가자 아리무라는 토와를 싸늘하게 힐끗 쳐다보고 나서 복도를 걸어갔다.

 

이제 한동안은 지루한 시간이 시작된다. 한가롭고 평온하여 아무 자극도 없다.

 

토와는 다음에 계산할 환자의 이름을 부르며 진찰카드와 명세서, 처방전을 카운터 위에 놓았다.

 

기계적으로 계산 처리를 하고 다음에 진찰실로 보낼 환자의 이름을 부른다. 그 후 바로 새어나올 것 같은 하품을 삼켰다.

 

 

Saturday, November 9th

2:01 a.m.

토와의 작업실

 

 

오늘 토와의 교대 근무는 오전뿐이었기 때문에 일이 끝난 후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소파에 나태하게 누워서 시간을 보내다가 폐원 시간이 지나서야 1층으로 내려간다.

 

무슨 볼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방에 있는 것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타쿠]

「……으아~, 오늘도 엄청 바쁘구나」

 

아무도 없는 대기실 의자에 토와가 얌전히 앉아있자 복도 안쪽에서 타쿠가 느릿느릿 나타났다. 주황색 연기가 흔들흔들 길게 뻗친다.

 

타쿠는 크게 기지개를 켜고 뼈가 부러졌나 싶은 소리를 내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토와]

「수고 많았어」

 

전혀 정성이 깃들지 않은 토와의 위로에 타쿠가 흥 하며 코를 울린다.

 

 [타쿠]

「늦잠 상습범한테 듣고 싶지는 않은데」

 

 [토와]

「제대로 일했잖아」

 

 [타쿠]

「그렇게 말하고 싶으면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라. 자」

 

타쿠가 백의의 포켓에서 뭔가를 꺼내서 토와 쪽으로 던진다.

 

던진 것은 캔 커피다.

 

 [토와]

「끓여서 안 주는 거냐」

 

 [타쿠]

「너는 캔 커피면 충분하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 캔 커피는 타쿠 나름의 위로라는 것을 토와는 알고 있다.

 

타쿠는 항상 일을 끝낸 후 커피 한 잔 할 수 있게끔 캔 커피를 대량으로 사들여 스태프룸의 냉장고에 쌓아두고 있다.

 

여유가 있으면 타쿠가 물을 끓여서 내줄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손쉬운 캔 커피로 타협하는 것 같다.

 

 [???]

「비품 발주와 청소 끝났어~!」

 

토와가 캔의 태브를 일으키려는 참에 진찰실의 문이 열리며 기운찬 목소리가 울렸다.

 

클리닉 일을 돕고 있는 레이……이즈미 레이다.

 

레이의 본직은 「루스트」라는 바의 스태프지만, 개점이 오후 5시부터이기 때문에 비어 있는 시간에는 클리닉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루스트」의 일이 휴일인 모양이라서 폐원 후까지 남아있다.

 

아리무라를 포함하여 간호사가 두 명, 아르바이트인 레이와 토와를 포함하여 네 명, 의사는 타쿠 한 명이다.

 

 [타쿠]

「어어, 고맙다」

 

타쿠가 레이 쪽을 돌아보며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든다.

 

 [레이]

「정말 괜찮아, 신경 쓰지 마」

 

 [토와]

「수고 많았어」

 

레이는 토와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눈을 똑바로 뜨며 성큼성큼 다가왔다.

 

 [레이]

「잠깐」

 

 [토와]

「응」

 

 [레이]

「너, 오늘도 늦잠 잤지. 아리무라군에게 일을 떠맡기고」

 

 [토와]

「조금뿐이야」

 

 [레이]

「정말 뻔뻔하다. 늦잠은 늦잠이야」

 

마치 엄마가 아이를 꾸짖듯이 레이가 양손을 허리에 댄다.

 

레이의 연기는 밝은 노란색이다. 딱히 흐트러지지 않은 것을 보면 진심으로 화내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레이는 아버지가 일본인이고 어머니가 영국인이라서 윤곽이 뚜렷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여성 환자에게 인기가 높다.

 

 [레이]

「정말, 너무 민폐 끼치지 않게끔 해줘. 아리무라군 정말 성실하게 일해주니까」

 

 [타쿠]

「그래 맞아, 더 말해주라고」

 

타쿠가 접수 카운터에 기대어 싱글거리며 자신의 캔 커피를 연다.

 

이래봬도 타쿠도 환자에게 제법 인기가 있는 것 같다.

 

일이 끝난 후에는 기른 수염과 지친 얼굴 때문에 영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본래는 암팡스러운 용모를 하고 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성실하고 상냥한 인품이 남녀노소 불문하고 인기가 있는 것 같다.

 

적당히 자른 것 같은 헤어스타일도 타쿠의 경우에는 「와일드」라는 평을 받는 것 같아서 그 점은 이상하다고 토와는 생각한다.

 

 [타쿠]

「근데, 그러고 보니 아리무라군은? 돌아갔나?」

 

 [레이]

「아주 오래 전에」

 

 [타쿠]

「그렇군. 오늘은 평소보다 늦게까지 도와줘서 살았다고, 레이. 고마워」

 

 [레이]

「천만에. 답례는 단 거면 좋겠어」

 

 [타쿠]

「패밀리 레스토랑의 파르페는 어때?」

 

 [레이]

「오케이~」

 

두 명이 대화를 주고받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토와였지만 문득 타쿠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토와]

「피곤하구나」

 

 [타쿠]

「응?」

 

 [토와]

「피곤해 보여, 얼굴이」

 

 [타쿠]

「아아……」

 

타쿠가 자신의 뺨을 만지면서 씁쓸하게 입가를 누그러뜨리며 한숨을 쉰다.

 

항상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요즘은 이전보다 피곤한 기색이 짙어졌다고 토와는 생각하고 있었다.

 

 [레이]

「뭐야, 피곤해? 수면 부족?」

 

 [타쿠]

「그것도 그런데, 기가 죽어서」

 

 [레이]

「기가 죽어?」

 

 [타쿠]

「아아」

 

타쿠가 방금보다 더욱 깊은 한숨을 쉰다.

 

 [타쿠]

「여기 환자 중에 밤일 하는 사람도 많잖아?」

 

 [레이]

「그렇지. 낮에는 노인이나 아이 동반하는 분들도 있지만, 밤이 되면 남녀 상관없이 밤일 하는 사람이 늘어나네」

 

 [타쿠]

「뭐, 그 중에는 사정이 있어서 일하는 사람도 제법 있거든. 진찰중에 고민을 상담받은 적도 있을 정도지」

 

 [레이]

「고민이라……, 아~, 심리 쪽인가」

 

 [타쿠]

「맞아. 가정 사정이라던가 친구나 지인에게는 쉽게 말할 수 없는 무게감이 있는 얘기도 있지」

 

 [타쿠]

「심리 쪽은 문외한이라서 치료해줄 수 없지만, 상담이 있을 때는 가능하면 얘기를 들으려고 하고 있다」

 

 [타쿠]

「딱 잘라 거절할 수도 없고, 그걸로 환자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지면 좋잖아?」

 

 [레이]

「그렇네」

 

 [타쿠]

「그런데, 고민 상담은 전부터 가끔 있었는데, 최근 들어 그런 환자가 많아서 말이다」

 

 [레이]

「많다고? 늘었다는 거야?」

 

 [타쿠]

「아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한두 명 정도였는데 확연하게 늘어났지. 게다가……」

 

뭔가 생각난 듯이 타쿠가 말을 멈추고 눈을 내리깐다.

 

 [타쿠]

「절박한 환자가 늘어난 것 같아. 말을 하는 와중에 울거나 갑자기 언성을 높이기도 하고」

 

 [레이]

「간혹 진찰실에서 노성이 들릴 때도 있던데, 그게 그런 거였구나……」

 

 [타쿠]

「가능하면 심리 치료도 해주고 싶은데 그럴 수 없으니까」

 

 [타쿠]

「그렇다고 해서 감정이 격양된 환자를 소홀히 할 수도 없잖아」

 

 [레이]

「그렇지……. 최근 진찰 시간이 유난히 긴 환자가 있나 싶었는데」

 

 [타쿠]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계속 생각해봤는데……」

 

타쿠가 손등을 문지르면서 세 번째로 깊은 한숨을 쉰다.

 

그런 환자가 늘어나는 것도 당연하다고, 토와는 생각했다.

 

10여년 사이에 이 나라의 젊은층은 눈에 띄게 빈곤해졌다.

 

몇 년 전부터 대중 매체에서는 20대부터 30대의 저축이나 취직 사정에 관해서 위험 신호다 뭐다 소란스러웠지만 이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번화가의 도로가에서 대낮부터 웅크리고 앉아있는 속옷차림의 여자, 장소를 불문하고 싸움을 걸며 돈을 뜯어내는 남자.

 

매춘 목적이 있는 것을 숨기지도 않고 길모퉁이에 선 도발적인 복장의 소녀.

 

10년 전에 비해서 살인 사건 발생 건수가 놀라울 정도로 늘어나서 방치 혹은 미제 사건도 수없이 많다.

 

경찰은 전혀 믿을 수 없다. 단속 대상자가 너무 많아서 따라잡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원래 신코우미는 타카사토구미의 천하다. 경찰 등이 기능하지 않는 것과 같다.

 

비정규직의 일반화, 취업난, 물가 급등, 임금 대폭 인하.

 

그런 후폭풍을 받으며 공식 무대에서 밀려난 사람은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수십 년 전에 어딘가 먼 나라의 일로 여겼던 빈곤이 이 나라에도 형성되어 있다.

 

그런 나쁜 치안 때문에 영향을 받은 건지 신코우미는 거리의 규모에 비해 병원 수가 많다. 당연히 암거래나 무면허 의사도 제법 있다.

 

부상이나 병 치료 이외에 병원은 사찰로서의 기능도 요구되고 있을 것이다.

 

타쿠가 말했듯이 의사는 환자를 도와줄 사명이 있다. 다들 몸뿐만이 아니라 마음도 도움받고 싶은 것이다.

 

 [토와]

「즉 마음이 아픈 녀석이 많다는 거잖아」

 

그 발언에 타쿠와 레이가 나란히 토와 쪽으로 시선을 향한다.

 

 [타쿠]

「그 말투, 난 맘에 안 드는데」

 

 [토와]

「딱히 틀린 말도 아냐」

 

토와는 캔 커피를 다 마신 후 캔을 바닥에 두고 일어섰다.

 

 [레이]

「어디 가?」

 

 [타쿠]

「산책」

 

 [레이]

「에에~, 잠깐……」

 

어이없어하는 레이의 중얼거림을 들으면서 정문을 통해서 밖으로 나온다.

 

차가운 공기에 하얀 입김을 내면서 토와는 바지의 엉덩이 포켓에서 담뱃갑을 꺼냈다.

 

코트를 안 입었고 나왔다고 생각했지만, 가지러 가는 것도 귀찮아서 이대로 나가기로 한다.

 

입에 문 담배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더러워진 아스팔트길을 걷기 시작한다.

 

이 거리의 밤은 길다. 오히려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와는 항상 변덕스럽게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하룻밤을 보낼 상대를 찾는다.

 

그 이유는 외로워서는 아니고 더군다나 사람의 온기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토와에게는 사랑도 연애도 감정도 열도, 끓어오르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모든 감각이 녹슬어 엉겨붙어 있다.

 

그런 토와에게 있어서 섹스는 유일하게 거짓없이 본능의 충돌을 체감할 수 있는 행위였다.

 

……아니, 유일한 건 아니다. 또 다른 것은 폭력, 치고받는 싸움이다.

 

하지만 토와가 바라는 것은 봐주는 일 없는 폭력이다. 그야말로 죽이는 것도 주저하지 않을 정도의.

 

그런 게 가능한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대개의 사람은 막상 치고받게 되면 상대를 다치게 하거나 죽이게 되는 것을 무서워하여 무의식적으로 브레이크를 밟는다.

 

그래서 그런 상대를 일부러 찾는 것은 시간 낭비다.

 

토와는 전반적으로 감정이라는 것에 관한 반응이 둔하다.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모른다. 선천적인 건 아닌 것 같다.

 

지나치게 간섭받으면 짜증나지만 눈에 띄게 화를 내는 경우는 드물다.

 

그것이 타인에게는 몹시 차가워 보이는 것 같다.

 

다만, 격렬한 충격에 몸도 마음도 농락당했을 때만……폭력을 당하거나 난폭하게 범해질 때만, 명확한 쾌락을 기억한다.

 

맞대면하여 치고받는 엉성한 폭력이나 사람의 몸 내부를 상처 입히는 것을 엄청 좋아하는 패거리라면 이 거리에는 제법 있다.

 

그래서 토와는 일시적인 섹스를 즐기며 섹스를 좋아하냐 싫어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좋아한다고 답한다.

 

상대의 태생 따위 알고 싶지도 않고 자신에 관해서 말해줄 생각도 없다.

 

도구처럼 다뤄지고 엉망진창으로 유린당하고 싶다.

 

……그것이 섹스로 타협하는 토와의 소망이다.

 

 

Saterday, November 9th

12:14 p.m.

토와의 작업실

 

 

다음날.

 

클리닉 일이 휴일이었기 때문에 토와는 정오가 지나서 눈을 떴다.

 

엎드려 누워있던 소파에서 상체를 일으켜 담배에 불을 붙이며 한 대 피운다.

 

결국 어젯밤에는 괜찮은 상대를 찾지 못해서 적당히 찾은 바에서 술을 마시고 돌아왔다.

 

전날 밤 과음으로 문란해진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건전한 밤이었다고 자신 스스로도 생각한다.

 

그런 탓인지 뭔가 허전한 감각도 들었다.

 

토와는 시간을 들여서 느긋하게 담배를 피우면서 계속 켜져 있는 TV 화면을 바라봤다.

 

돌연 화면의 상단에 속보 문자가 표시되었다.

 

「타카사토구미 회장 타카사토 류지로 (81) 심부전으로 별세」

 

 [토와]

「…………」

 

계속해서 표시된 흰 글자에 시선을 사로잡힌다.

 

타카사토구미의 보스가 죽었다.

 

……하지만 그 동요도 금방 가라앉는다.

 

타카사토구미의 보스. 일단 나와는 혈연 관계였던 아버지라는 것을 들었다.

 

어머니가 보스의 애인이며 즉 사생아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아버지와 지낸 기억은 거의 없다. 솔직히 얼굴을 생각해낸다고 해도 희미하게만 떠오른다.

 

그래서 부고를 알아도 뭔가 특별한 감정이 솟구치는 일은 없었다.

 

그냥, 죽었나 하고 생각했다.

 

토와는 TV 화면에서 눈을 돌리고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갑자기 흐릿한 진동음이 들려서 시선을 향한다. 소파 구석에 둔 휴대폰이 떨리고 있다.

 

휴대폰을 들어 화면을 확인한다. 사카키의 착신이다. 이전에도 몇 번 건 모양이라서 이력이 남아 있다.

 

아마도 보스……아버지에 관한 얘기일 것이다. 흥미도 없고 듣고 싶지도 않다.

 

토와는 휴대폰을 소파 구석으로 다시 던지고 담배를 문 채 천장을 바라봤다.

 

오늘은 딱히 예정도 없다. 번화가 쪽을 어슬렁거릴까.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연기를 폐 깊숙이 들이마셨다.

 

연기를 뱉으면서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끈다.

 

토와는 일어서서 코트를 걸쳤다.

 

……자, 어디로 갈까.

 

 

 

 

 

To the destination

- 『탐색』 개시 -

어디로 갈까

 

 

 

갑자기 실례하겠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할 『탐색 파트』에 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잠시 동안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화면에 목적이 표시되면 『탐색 파트』가 시작됩니다

 

이번에는 「어디로 갈까」가 목적이 됩니다

 

『탐색 파트』는 신코우미를 탐색할 수 있는 턴입니다

 

이동한 곳에서 다른 사람과 「대화」하거나

거리의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탐색 파트』는 목적지로 이동하면 종료되고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스토리를 진행하고 싶은 분은 바로 목적을 달성해도 되고

 

거리를 탐색해서 보다 깊이 있는 스토리를 알 수도 있습니다

 

진행 방법은 개인 취향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플레이 스타일로 즐겨주세요

 

목적을 잊어버렸을 경우에는

마우스 커서를 화면 오른쪽 끝에 대면 목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디로 갈까」가 이번 목적이 되기 때문에

지금 장소에서 「이동」해봅시다

 

 

Nov 9 Noon

 

 

{移動 이동}

 

{むらせクリニック 무라세 클리닉}

 

 

여기는 타쿠가 7년 전에 개업한 「무라세 클리닉」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의원이지만 평판이 좋아서 인근 주민 외에도 번화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환자로서 찾아온다.

 

진료시간은 오전 10시부터라서 조금 늦지만, 대신 새벽 1시까지 하기 때문에 밤에 일하는 환자도 많다.

 

신코우미에는 클리닉이나 병원이 많이 존재한다. 대부분은 건물 내의 방 하나거나 대형 종합병원이다.

 

그러다 보니 무라세 클리닉처럼 층수가 낮은 건물은 드문 것 같다.

 

……문득 시선을 느껴서 되돌아본다. 뭔가가 건물 뒤에 숨은 것 같았다.

 

……기분 탓인가.

 

 [수상한 초록머리의 남자]

「……」

 

 [토와]

「……」

 

『탐색 파트』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면

「대화」해봅시다

 

「대화」하는 것으로

「인스피레이션」을 획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대화」해봅시다

 

 

{会話 대화}

 

 

 [수상한 초록머리의 남자]

「……너, ……토와, 잖아?」

 

「대화」를 선택하면

「모래시계」와 「상처」가 나타납니다

 

간이적인 『심리 파트』가 되어

상대에게 「NEGATIVE」 「POSITIVE」 같은 반응을 돌려줍니다

 

『심리 파트』에 관해서는 「플레잉 매뉴얼」

「조작 설명」에 있는 『심리 파트』를 참조해주세요

 

화면 오른쪽 끝에……

 

「EUPHORIA UP」이라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탐색 파트』만 이렇게 「NEGATIVE」 「POSITIVE」를

선택한 결과가 표시되게끔 되어 있습니다

 

「행복」이 증가하는 경우에는 「EUPHORIA UP」

 

「행복」이 감소하는 경우에는 「EUPHORIA DOWN」이 됩니다

 

화면 아래에 표시되어 있는 「어떻게 할까…….」라는 문장은

 

이 내용에 따라서 적절한 반응을 하면

 

「인스피레이션」을 획득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어느 쪽이든 괜찮은 경우도 있습니다

 

「인스피레이션」 획득은 필수가 아니기 때문에

자유롭게 「탐색」해보세요

 

그럼 지금 바로 해봅시다

 

 

{POSITIVE} - 맞춰줘 볼까.

 

 

 [토와]

「……」

 

 [토와]

「……맞는데 왜」

 

 [수상한 초록머리의 남자]

「너는 토와다……그렇다. 왜, 알고 있는가 하면……그 녀석도 알고 있으니까……응」

 

 [토와]

「……그 녀석?」

 

 [이나다]

「앞지르는 거다……. 그 녀석을. 후후후……. 이, 이나다가……」

 

 [토와]

「…………」

 

이번 『탐색 파트』에서는

「인스피레이션」을 획득할 수는 없지만

 

「인스피레이션」을 획득할 수 있는 『탐색 파트』와

획득할 수 없는 『탐색 파트』가 있습니다

 

『탐색 파트』의 차이는 목적 표시로 알 수 있게끔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빨갛게 표시되어 있는 경우

「인스피레이션」을 획득할 수 없는 특수한 『탐색 파트』가 됩니다

 

이렇게 파랗게 표시되어 있는 경우는

「인스피레이션」을 획득할 수 있는 『탐색 파트』가 됩니다

 

보통은 파란 『탐색 파트』이며

특수한 경우에는 빨간 『탐색 파트』가 됩니다

 

이번에는 튜토리얼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특수한 『탐색 파트』로 되어 있습니다

 

이상으로 『탐색 파트』의 튜토리얼을 종료합니다

 

그럼 계속해서 『슬로우 데미지』를 즐겨주세요

 

 

{移動 이동}

 

{苑街・住宅街 엔쵸・주택가}

 

 

여기는 E특구에 있는 주택가다.

 

신코우미에서 생활하는 주민 대부분은 이 E특구에 살고 있다.

 

E특구에는 고층빌딩 같은 건물이 제법 늘어서 있지만 전부 맨션이다.

 

신코우미의 한정된 토지에 조금이라도 많은 거주지를 확보하기 위해서 이렇게 된 모양이다.

 

고층빌딩이 빈틈없이 꽉 들어차있어서 그런지 주택가 부근에는 항상 강한 빌딩풍이 불고 있다.

 

게다가 상당수의 건물은 건축 기준법을 무시한 구조이기 때문에 대지진이 닥치면 붕괴될 것이다.

 

E특구의 사람들은 그래도 계속 살고 있다.

 

그런 것을 신경 쓰면 애당초 이 거리에서 살아갈 수 없다.

 

 

{移動 이동}

 

{道楽通り商店街 도락 거리 상점가}

 

 

여기는 E특구의 중앙에 있는 메인 거리.

 

E특구의 주민이 쇼핑을 할 때는 대체로 이 거리에 온다.

 

패밀리 레스토랑, 편의점, 할인점에 약국 등이 밀집해있기 때문에 웬만한 것은 이 거리에서 구할 수 있다.

 

D특구만큼은 아니지만 사람의 왕래도 많아 부지런히 일하거나 만취한 사람 등 항상 인파가 끊이지 않는다.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자 사람들이 걷기 시작한다.

 

문득 낯익은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한 손에 종이봉투를 들고 걸어오는 것은……레이인가.

 

 [레이]

「어라, 토와」

 

 [레이]

「무슨 일이야? 이런 곳에서」

 

 [토와]

「그냥 좀. 너는?」

 

 [레이]

「할머니에게 갔다 오는 길이야」

 

 [레이]

「선물을 받았으니까 타쿠에게도 나눠줄까 싶어서」

 

 [토와]

「또 받은 거냐」

 

 [레이]

「도와준 답례로 받은 거야」

 

 

{会話 대화}

 

 

 [레이]

「아, 그러고 보니 냉장고에 고로케 넣어놨었는데, 먹었어?」

 

(감상을 듣고 싶어하는군…….)

 

 

{POSITIVE} - 조금 먹었는데.

 

 

 [토와]

「조금은」

 

 [레이]

「거짓말?!」

 

 [토와]

「한입만」

 

 [레이]

「그래도 네가 먹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해!」

 

 [레이]

「이번 고로케는 연유를 넣어봤어. 입맛이 좋아진대」

 

 [토와]

「……연유? 어울리는 건가?」

 

 [레이]

「그게 말이야, 어울린다구! 위화감은 없었지?」

 

 [토와]

「……아아, 그럭저럭」

 

 [레이]

「다음번엔 라이스 고로케도 만들어 볼까」

 

 [레이]

「그럼, 클리닉으로 돌아갈게」

 

 [토와]

「아아」

 

 

{移動 이동}

 

{トワのアトリエ 토와의 작업실}

 

 

토와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TV는 켜놓고 나왔던 것 같은데 잡음이 들리지 않는다.

 

그 대신 희미한 무슨 소리가 들려온다.

 

 [타쿠]

「여어, 돌아왔나」

 

 [토와]

「아아」

 

 [타쿠]

「그러냐. 네 방을 청소하고 있었다」

 

 [타쿠]

「조금만 내버려둬도 금방 어지러워질 테니까」

 

 

{会話 대화}

 

 

 [타쿠]

「마침 잘 됐군. 너도 좀 도와줘」

 

(별로 기대는 안하는 것 같군…….)

 

 

{POSITIVE} - 가끔은 괜찮으려나.

 

 

 [토와]

「알겠다.」

 

 [타쿠]

「드무네. 네가 순순히 말을 듣다니」

 

 [토와]

「가끔은 말이야」

 

 [타쿠]

「그런가. 그럼, 부탁한다」

 

 [타쿠]

「……됐다, 조금은 정돈됐군」

 

 [타쿠]

「자, 도와준 답례다」

 

타쿠가 포켓에서 초록색 껌을 꺼냈다. ……민트향인 것 같다.

 

 [타쿠]

「환자에게서 받은 건데. 흡연자인 너한테 필요하지 않겠냐?」

 

 [토와]

「담배면 충분해」

 

 [타쿠]

「그렇게 말하지 마. 받아두라고」

 

 [토와]

「…………」

 

타쿠가 억지로 주는 바람에 마지못해 받는다.

 

 [타쿠]

「그건 그렇고 이렇게 청소해도 일주일만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가겠지」

 

 [타쿠]

「적어도 이주일은 유지해줬음 한다」

 

 [타쿠]

「그럼, 난 가보겠다」

 

 [토와]

「아아」

 

 

{移動 이동}

 

{田島商店 타지마 상점}

 

 

 

『탐색 파트』를 종료하겠습니까?

→ YES

 

 

 

 

 

Saturday, November 9th

3:56 p.m.

타지마 상점

 

 

주택가의 한 구석에 작고 낡은 목조 가게가 있다.

 

80을 넘은 할머니가 간신히 이어가고 있는 막과자 가게, 「타지마 상점」이다.

 

옛날부터 있던 가게나 집은 카지노 산업의 개발로 퇴거를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막과자 가게만은 끝까지 퇴거를 거부한 듯이 덩그러니 한 곳만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지금도 옛날을 그리워하는 중장년층이나 애초에 막과자를 모르는 젊은층에게도 인기가 있는 것 같다.

 

토와도 마음이 내킬 때만 불쑥 가게에 들어가 사가는 경우가 있었다.

 

막과자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가게는 왠지 마음이 편해서 좋다.

 

오늘도 토와는 지나가는 길에 가게 앞에 서서 안을 기웃거렸다.

 

아담한 실내에 옹기종기 모인 막과자에 섞여 주인 할머니가 장식품처럼 서있다.

 

 [할머니]

「어서 와라」

 

언짢은 목소리로 인사를 받고 토와는 가게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할머니는 화가 난 것처럼 보이지만 항상 그대로다.

 

어두컴컴하고 너저분한 가게 벽에는 까맣게 칠한 그림이 걸려 있다.

 

토와는 가게에 들어올 때마다 이 그림에 의문을 품고 있었다.

 

정겨움을 느끼는 가게 안에서 이 그림만이 붕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할머니의 취미인 걸까.

 

 [할머니]

「살 게냐, 안 살 게냐」

 

막과자를 고를 기색이 보이지 않는 토와에게 할머니가 말을 건다.

 

할머니의 연기는 굉장히 깊은 흙색이다. 지금까지 연기가 흔들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토와는 적당히 막과자를 집어 들어 할머니 쪽으로 내밀었다.

 

 [할머니]

「정말이지……이 거리는 나날이 변해가고 있다네. 언젠가 정말로 멸망해서 없어져 버릴까봐 조마조마하다니까, 나는」

 

이젠 골동품일 수밖에 없는 계산대를 검지로 톡톡 치면서 할머니가 투덜대기 시작한다.

 

할머니는 신코우미가 카지노 리조트가 되기 전부터 살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그래서 곧잘 이런 식으로 옛날이야기를 꺼낸다.

 

비록 상대가 듣지 않아도 일방적으로 이야기하지만, 이 옛날이야기를 기대하고 있는 손님도 있는 것 같다.

 

 [할머니]

「옛날에는 이렇게까지 지저분한 거리가 아니었는데 말이네」

 

 [할머니]

「그야말로 순박해 보이는 기집애를 돌봐주기도 했는데, 지금은 남자고 여자고 닳디 닳아빠진 것들로 넘쳐나고 있지」

 

 [할머니]

「너도 그 중 한 명이잖나. 알고 있는가?」

 

 [토와]

「아아」

 

토와는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이 할머니가 싫지는 않다.

 

주위가 어지럽게 변해가는 가운데 혼자서 과거를 살고 있다.

 

할머니도 신코우미의 「외부자」인 것이다.

 

 [할머니]

「맨날 맨날 누가 죽이고 살해당해서 시체를 봐도 아무렇지도 않게 돼버린 게야. 미쳤다니깐」

 

 [할머니]

「깡패 말을 듣느니 난 이 가게를 지키다가 죽을 거라네」

 

 [할머니]

「……240엔이다」

 

토와는 코트 포켓에서 천 엔짜리 지폐를 꺼내서 할머니에게 건넸다.

 

 [토와]

「잔돈은 됐어」

 

 [할머니]

「괜찮겠니」

 

 [토와]

「아아」

 

 [할머니]

「매번 고맙네」

 

할머니가 순순히 지폐를 받는다.

 

산 상품은 봉투에 넣지 않고 그대로 손에 든다. 토와는 할머니에게서 상품을 받고 나서야 자신이 무엇을 샀는지를 봤다.

 

상품을 코트 포켓에 찔러 넣고 발길을 돌린다.

 

가게를 나온 참에 할머니가 따라온 것을 알아차린다.

 

 [할머니]

「또 와주게나」

 

가게 앞에 선 할머니가 인상을 찌푸리며 나직이 고한다.

 

토와는 고개를 끄덕이고 막과자 가게를 등지며 걷기 시작했다.